요쿠의 섬 특급(Yoku's Island Express)은 아기자기한 고품질 그래픽과 쾌적한 조작감을 가진 오픈 월드 핀볼 어드벤처 게임이다.
장르를 주의해서 봐야 하는데...'핀볼'이 미니 게임 수준이 아니라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여기에 메트로배니아라는 틀을 조합한 작품.
직접 플레이해 보면 알 수 있지만 아름다운 그래픽과 직관적인 조작감을 보여주는 퀄리티는 첫 만남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 / 인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 이면에는 과연 핀볼이 메트로배니아와 얼마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은 불안함이 몽글몽글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일단 첫인상은 합격점이었다.
참고로 제작사는 스웨덴의 인디 스튜디오 빌라 고릴라(Villa Gorilla). Jens Andersson와 Mattias Snygg가 의견을 교환하고 5년만인 2018년에 내놓은 유일한 작품이 이 요쿠의 섬 특급이라고한다. 후속작이나 다른 작품 이야기는 없다. 옌스 안데르손은 머신 게임즈에서 '인디아나존스 : 그레이트 서클'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마티아스 스니그는 'Wych Elm Games'를 따로 차렸지만 아직 개발중인 게임 정보는 없으며, 헬다이버즈2에 추가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 것을 보인다. |
첫인상이 좋은 만큼 좋은 말만 하고 싶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PC판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창모드가 제대로 안 먹힌다는 것. 아름다운 그래픽과 잘 조립된 플레이 방식은 좋지만... 기본적인 부분에서 점수를 까먹는 부분이다.
창모드는 가능하지만, 오직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해상도/주사율을 60hz로 바꿔야만 작동한다. 또한, 전체화면도 울트라 와이드에서는 좌우로 화면이 확장되는 게 아니라 그냥 고정 비율(16:9?)로 게임이 진행된다.
스팀 커뮤니티 허브를 보면 출시 때부터 이와 관련해서 원성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배급사인 팀17에서 개발사에 연락해 보겠다거나 건의해 본다는 등 답글은 있었으나 여전히 관련 업데이트가 없다.
이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간혹 실행 후에 창 모양으로 나오다가 60hz 아니라고 게임 실행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실행 후 바로 창을 클릭하면 다시 전체 화면으로 전환되어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게임은 쇠똥구리 요쿠가 섬에서 우편집배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우편물을 배달하고, 그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요쿠가 자신보다 큰 공을 몸에 묶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신기하지만, '핀볼'이라는 특성상 필요한 부분이라고 넘어가자. 그걸 제외하면 마을 주민들과 대화하고 거대한 섬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재미는 RPG나 메트로배니아 장르와 비슷하다.
도입부에서는 간단한 핀볼 방식과 퀘스트 진행 방식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간편한 조작감을 가진 게임인 만큼 튜토리얼도 짧다. 대신 이어지는 구간이 게임의 플레이 방식을 연마할 수 있는 구간들이라고 볼 수 있다.
초반에 포스포라는 물뱀(?)이 주는 퀘스트를 보면 확실히 퀘스트를 주고 받는 RPG 같은 느낌이 들지만, 따로 퀘스트 목록이 표기되지 않는다.
지도 상에 목적지가 표시되므로 이를 보면서 진행하면 되지만, 맵 자체가 보기 불편한 데다가 나중에 가면 뭘 어떻게 해야 하더라? 하면서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맵 여기저기에 놓여진 망원경을 사용해 구역을 조망해 보면 지역 자체도 굉장히 넓어 보여서 초반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퀘스트는 어디로 어떻게 동선을 짜야할지 가늠이 안된다. 그나마 퀘스트가 많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이렇다 보니 물뱀 퀘스트 이후에는 정말 오픈월드에서 좌충우돌하는 식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자유도라고 하면 자유도라고 하겠지만, 까탈스러운 핀볼 코스를 만나면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퀘스트가 고정적이라 어찌어찌 플레이하다 보면 어떤 순서로든 엔딩을 볼 수 있게 되니 걱정하지 말 것.
연출을 위해 힘을 빡 준 전반부와 달리 중후반부에는 듬성듬성 건너뛰는 느낌의 이야기나 전개가 나사가 좀 빠진 느낌이 있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 때문인지 무리 없이 사건이 진행된다.
탐험하면서 핀볼 플레이로 통통거리며 장애물을 부수고 업그레이나 장애물 해금에 쓰이는 '과일'을 많이 모으는 재미가 쏠쏠해서 익숙해지기만 하면 조금 불편한 메트로배니아라는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그래픽 속에서 자잘한 퍼즐, 특유의 이동 방식과 다른 게임들과 다른 탐험 방식 자체는 요쿠의 섬 특급만의 개성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도 사실.
그저 '핀볼'이라는 게임 특성이 개개인에 따라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할까?
그냥 핀볼은 하다가 질리면 그만둘 수 있지만, 이건 오픈 월드에 핀볼로 하는 퀘스트 & 길 찾기 게임이다. 핀볼 자체의 액션 방식을 싫어하거나 핀볼의 플리퍼(Flipper, 공을 튕기는 판)로 어느 지점에서 때려야 하는지 감잡기가 힘든 경우 꽤 고생할 수 있어서 이 부분이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게임이다.
실제로 스팀 내 도전 과제를 보면 첫 번째 도구인 파티용 피리 얻기는 70% 넘는 유저가 피리를 얻어 완료했지만, 초반부를 조금 지나면 나오는 빠른 이동 장치인 '벌의 길'을 해금하는 도전과제는 완료한 사람이 30%가 안 된다.
반 이상 중도 포기했다고 볼만한 수준으로 메트로배니아 게임인 줄 알고 플레이했는데, 핀볼 액션이라는 것과 구간을 진행할 때마다 한참을 핀볼 구간을 해결하고 탈출하는데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플레이하다보면 핀볼 필드에서 플리퍼 사이로 요쿠가 떨어질 때가 있다. 실제 핀볼게임에서는 구슬이 여기로 떨어지면 목숨 -1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시에 찔려서 애써 먹었던 과일을 잃어버리는 정도로 패널티를 준다. 그리고, 간혹 이상한 동굴 이미지가 뜨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아무것도 없다보니 괜한 불안감만 조성한다. 어떤 장소인지는 정말 후반부에 알 수 있기는 하지만... 그저 실수하지 말라는 압박감을 주는 용도로 생각하자.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곳. |
요쿠가 아일랜드 익스프레스 사무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그 이전에 지나온 곳들도 또 가야 할 곳이니 만약 이 게임을 처음 한다면 다른 곳을 탐험하는 것보다 여길 먼저 오는 걸 우선하는 방향으로 진행하자.
요쿠의 섬 특급은 크게 2개의 스토리로 진행된다. 자잘한 부분은 직접 플레이하면서 배울 수 있으니 간단하게 적어보면...
우선 하나는 모쿠마에게 상처 입힌 무언가를 찾아 제거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섬의 비밀을 배우며 '신의 알'을 부화시키는 것이다. 이 사이에 특수 능력을 얻기 위해 요쿠가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 본업)이 꼽사리로 끼어있는 정도.
이 과정에서 만나는 보스전이 상당히 재미있다. 핀볼 액션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전투와 예상치 못한 전개, 흥미로운 보스 기믹이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핀볼이 얼마나 익숙해졌나에 따라서 플레이 시간이 갈리지만, 보스전은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첫 번째 스토리의 엔딩을 볼 수 있다.
직접 플레이해 보면 정말 당황스러운 부분인데, 이때 정말 게임이 끝난 줄 알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부분도 많고, 퀘스트도 남았고, 못 찾은 능력도 많은데... 갑자기 스탭롤이 올라가니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다행히 게임이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는 걸 알고 나서야 안심. 이후는 진짜 오픈 월드처럼 돌아다니면서 숨겨진 요소와 숨겨진 퀘스트, 횃불 밝히기, 도전과제 채우기를 해나가면서 '신의 알'을 깨워야 한다.
이 정도 되면 이야기와 게임에 익숙해지지만, 여전히 빠른 이동이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답답함이 남아있을 수 있다.
그나마 각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면 어느 정도 지름길이 열리고, 컨트롤에 익숙해져서 지역 이동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 대신 게임이 끝날 때까지 이동 속도는 거의 차이가 없다 보니 메트로배니아 게임 장르에서 뭔가 시스템 부재처럼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할 요소로 개발사는 '벌의 길'을 넣어놨는데, 벌의 길이 놓여있는 곳에서 이동은 빠르지만 거의 급행 버스 같은 것이라 보니 탑승과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
일부 탑승장에서만 탈 수 있고, 중간에 내리면 탑승장을 찾아야 하니 편하면서 불편한 녀석.
후반부 진행에 필요한 능력 중 하나는 바로 '공'을 커스터마이징 하는 방법이다. 간혹 보물상자에서 나오는 반짝이를 모아서 우체국 아래 있는 작업실에서 다양한 무늬로 꾸며야 진행되는 곳들이 있다.
특히, 초반에 대부분 한 번에 깨지 못하고 들어갈 수 없어서 답답한 해골파 주스 제조지는 '해골무늬' 공을 만들어야 들어갈 수 있다. 날짜 지난 소포 중에 여왕벌에게 배달하는 것 역시 의상이 아니라 벌 무늬 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중에 황금 반짝이가 제일 얻기 힘들다.
이유는 폭발하는 달팽이 사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배울 수 있었던 게 이 달팽이 사용법. 눈썰미 있는 유저라면 플레이 중에 알아챌 수도 있겠지만, 막상 알려면 여러 번 붙이고 터트리고 하면서 실험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바로 달팽이가 공에 붙었을 때 폭발력이 등 쪽으로 향한다는 것. 이를 알아도 굴러다니는 공이라서 위치 조절하기가 애매하지만, 이 방향성을 알고 모르고 하는 게 게임 진행에 큰 차이를 준다. 일부 도전 과제와 물건들은 이걸 알아야 풀어낼 수 있다.
모든 횃불(8개)에 불을 켜면 신의 알 엔딩을 볼 수 있다.
요쿠의 섬 특급은 자유로움 속에 답답함이 공존하는 덕에 플레이어의 호불호가 크게 다가오는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게임 흐름이 나쁘지 않지만, 몸을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 쇠똥구리가 굴리는 공이 메인이라는 점이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족쇄처럼 작용한다. 자유롭게 점프할 수도 없고, 굴러다녀야 하며, 모두 핀볼 컨셉이라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메트로배니아 게임들이 그렇듯이 기술을 하나하나 익혀나가면 숨통이 트이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닐 수 있지만... 이것도 취향인지라 숨겨진 곳을 찾고, 안 갔던 지역을 탐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화병 나기 딱 좋다.
해볼 만한 작품이자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지만, 핀볼 액션이라는 특이함과 인기 있지만 마이너 한 메트로배니아 조합. 메트로 배니아를 좋아하는 유저에게도 한 번 해보라고 하기도 조심스러운 애매한 타이틀이다. 정말 잘 만들었는데, 이게 참.
개인적으로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함에도 약 10~11시간의 플레이 타임동안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던 타이틀이기도 했으니... 누구에게 추천할까;;;싶다.
* 2021년에 에픽 무료 게임으로 푼 적이 있으니 에픽 게임을 받았던 분은 한번 해보는 정도는 권할만하다. 느긋한 마음으로 흥겨운 음악과 탐험을 즐긴다는 심정이라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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