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러리에 갇혀 먼지만 먹던 문명5 컴플리트 에디션.
아주 예전에 문명5 본편만 즐겼다가 언젠가 세일 기간(이었는지 번들이었는지 모르겠지만;;)에 사놨던 녀석이다. 설치 용량은 약 9~10기가 정도로 신과 왕(Gods and Kings),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외에 자잘한 맵팩이 추가된 에디션.
튜토리얼부터 시작했다. 너무 오래돼서 잊어버린 기본기를 익히기에는 제작사에서 만든 튜토리얼이 딱이다.
튜토리얼 학습 중에는 예전 본편 때와 크게 달라진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실제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본편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어있었다.
시작 국가는 아라비아(하룬 알 라시드)로 메카를 주 도시로 박고 시작했다.
게임을 설치하고 튜토리얼을 완료한 다음 진행한 첫 게임이라 그런지 모든 게 생소한 감각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약간 익숙해진 상태로 기능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익혀갔다. 옛날 기억(세월이 지나면서 왜곡이 심하게 됐겠지만...)을 끄집어내면서 '아~ 그래 이거였지'하는 식으로 따라가는 재미를 느끼면서 영토를 늘려나갔다.
맵은 진행하면서 화면이 점점 넓어지는데, 내가 있는 대륙을 확인하다 보니... 아아. 섬맵이었다.
더구나 내가 있는 그 좁은 섬인지 대륙인지에는 떡하니 바빌론이...길을 막고 있었다.
일단 가능한 지역에 도시를 만들고, 영토를 확장하면서 진행했다. 기억이 빠르게 돌아오면서 확장은 수월.
특히, 도시 국가나 주변국가와 교역으로 얻는 금화가 풍족해지면서 더 빠른 확장이 가능하게 됐다.
도시 국가들은 아쉽게도 우호도를 올려리고 동맹을 맺어도 관계 수치가 너무 빠르게 떨어지기에 영 불필요한 요소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시 국가는 플레이어가 강하면 자잘한 퀘스트를 주고 이를 통해서 유닛이나 자원을 지원해 주는 등 자잘한 기능도 있고, 전쟁 시에는 동맹으로 주변에 이동하는 적국을 견제해 주는 기능도 하기에 중반 이후에는 돈독하게 할 필요는 있다.
아쉽다면 필요할 때 돈이 꽤 많이 들고, 내가 아무리 강해져도 속국으로 들어오거나 병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보니 마지막까지 신경이 쓰이게 만든다.
첩보 시스템은 다소 밋밋한 느낌이있다.
스텔라리스 쪽도 첩보 시스템이 최근(?)에야 추가됐지만... 곁가지 같은 느낌이 강했던 시스템(DLC도 없고...)이었다. 선배라 할 수 있는 문명 쪽은 더 예전 시스템이라 그런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번역 문제인지 적국 스파이를 잡았는데 내가 해명하러 가는 느낌이라는 건 좀 별로였지만... 상대방 스파이를 잡는 방첩 쪽은 달달한 맛이 좋으며, 잡을 때마다 상대 국가에 태클 걸면 명분 챙기는 것도 좋았다.
그 와중에 계속 스파이를 보내고, 깐죽거리던 눈에 가시 같은 바빌론을 먼저 처단하려 했다.
전쟁은 도시를 하나 먹는데도 엄청난 병력과 공성 병기가 필수적이다. 특히 원거리 공성 병기와 도시를 잡아먹을 보병이 없다면 턴만 소모하고, 이득은 못 보는 정말 지루한 상황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공성병기 없이 쳐들어갔다가 결국 시간만 보내다가 휴전하고, 2차전에서는 트리뷰셋으로 참교육을 시전 해줬다. 다만... 완전히 집어삼키키에는 보는 눈이 있으니 수도만 남기고 다른 도시를 받는 것을 종전 처리했다.
종교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콘텐츠였는데, 종교를 창시하거나 종교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줬다.
그 영향력이 확 다가오지 않는 면이 있지만 선지자가 타국에 가서 개종시키는 걸 보면 의외로 은은한 뽕(?)이 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
비슷한 것으로 위대한 작가나 음악가들을 통한 문화 시스템도 있는데, 이쪽은 처음에는 꽤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단지 게임 길이가 긴~문명에서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인물에 고전 / 클래식 팬이 아니면 누구세요? 싶은 인물들만 나오니 나중에는 좀 지루한 느낌이 드는 콘텐츠. 그래도 음악가로 다른 국가에 들어가서 콘서트 여는 등 신선한 부분이 많았다.
깊은 바다를 건너는 게 가능해지면서 발견한 신문명들. 인성들이 하나같이 인격파탄자 느낌이다.
바빌론은 좀 시비를 잘 걸고 남을 아래로 보는 정도지만 평화를 추구했다면... 카르타고는 시종일관 주변국가가 위험하다며 이간질을 하고 자신과 동맹을 맺어 저 무리를 처단하자고 선동하고, 스웨덴은 무슨 천룡인 마냥 잡것들과 상종도 하기 싫다는 고압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나마 호감 있는 쪽은 모로코로 다소 가난하게 국가를 운영하면서도 친구를 열심히 찾던 착한 친구였다.
내륙 외에 해상 교역도 존재하는데, 내륙이나 해상 모두 일정 턴 이후에 교역국을 다시 유저가 직접 선정해줘야 하는 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게임 중에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기 때문.
또한, 거리나 국가에 따른 상업적 이익이 다른 건 알겠지만 그걸 현실적으로 이러이러한 거래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건 실패.
스웨덴이 계속 스파이를 보낸다. 대응하는 모습마저 비호감이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고, 아직 내 힘이 약하니 조금 더 참을 뿐.
그리고, 먼 나라에서 전쟁을 하려면 먼저 주변을 평정할 필요가 있다. 남아있던 바빌론을 흡수하며 내치를 다진다.
마침 스웨덴은 모로코를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먼저 부리고 있었고, 카르타고는 그 모습에 긴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틈타 오만한 스웨덴을 처단하기 위해서...
먼저 카르타고와 동맹을 맺고, 카르타고에게 스웨덴에 선전포고를 벌이도록 사주했다. 둘이 전쟁상태가 된 것으로 확인하고 모든 병력을 스웨덴과 다른 국가들이 있는 대륙 남부 아직 비어있는 땅으로 상륙.
개척자를 보내 전초기지가 될 도시도 하나 장만하고... 변방 도시를 하나씩 잡아먹기 시작했다.
실제 대륙에 상륙해 상황을 보니 카르타고와 스웨덴은 전쟁 상태지만 실제 전쟁을 벌이지는 않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맹 어쩌고 하는 카르타고(...)
그래서 스웨덴을 지원하는 도시국가를 모로코 수도를 돌려주는 것으로 잠시 휴전을 한 틈에 금을 뿌려서 매수.
다시 전쟁에 돌입해 스웨덴과 중간에서 이간질하던 카르타고를 잡으려는데...
문화 승리...
아니 문화 승리가 어려웠던 것 아닌가? 전에는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되더니;; 아직 로켓 연구도 제대로 안 들어갔는데;;;
... 결국 게임이 끝나니 영 뭔가 닦다 만 것 같은 기분이라 계속 진행해 스웨덴을 바빌론 곁으로 보내줬다.
문명5 오리지널 때는 뭔가 전쟁만 하는 것도 재미있긴 했었지만, DLC는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놨다.
지금도 나오는 다른 4x 전략게임들에서 엿볼 수 있는 시스템도 꽤 많고, 턴을 진행하면서 크게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요소들이 많았던 게임.
하지만 아무래도 스피디한 느낌은 없어서 한판을 끝내고 보면 다시 잡기 싫어진다는 게 문제인 듯하다.
언젠가 다시 하면 세종 대왕님의 조선으로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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