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 Garde!
재작년이었나? 게임 쇼케이스에서 보고 바로 찜목록에 올리고는 적당한 가격을 기다렸던 인디 게임이다.
인디 게임이라 조금 짧게 지나갔지만, 레이피어를 든 여주인공과 케주얼한 액션 게임. 레전드 오브 조로를 연상시키는 묘한 움직임과 경쾌한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17세기를 배경으로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성격 급한 여검사 아달리아 데 볼라도르(Adalia de Volador)의 이야기라 손맛이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앙 가르데!(또는 앙가드=On guard) - 펜싱에서 준비자세 ( 준비, 시작 ) - 제작사는 파이어플레이스 게임즈(Fireplace games). 2019년 언리얼엔진 블로그에 따르면 프랑스의 게임 개발 전문학교 '슈핀포감 루비카(Supinfogame Rubika)' 출신의 학생 8명이 모여 졸업 과제로 7~8개월 동안 제작한 게임이 기반으로 이후 그대로 파이어플레이스(벽난로 게임즈, 2020)를 통해 2023년 8월에 출시한 게임. - 관련 기사 : https://www.unrealengine.com/ko/tech-blog/explore-engarde-seventeenth-century-action-packed-ue4-student-game |
그리고, 이번에 라이브러리에 드디어 담을 수 있었는데...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솔직히 한참 못미치는 게임이었다.
여성 검사 또는 기사가 악을 무찌른다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스토리는 아동용 모험 만화라고 할 정도로 가볍다. 거기다 주인공의 성격은 별다른 배경 설명이 없어서 동네 망나니나 다를 바 없다.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도 상당히 급전개에 해당한다.
전체적인 구도는 백공작이 억압하는 마을에 볼라도르 가의 검사가 저항하며, 음모를 분쇄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게임 내 스토리만 따라가서는 감정 이입이 굉장히 힘들다.
마을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나 서사를 위한 장면이 하나도 없으며, 오직 아달리아의 시점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된다.
적이라고 할만한 것도 백공작이 전부고 나머지는 그저 병사 - 대장 - 정예병 - 폭탄병 - 결투사 정도가 등장하는데, 스토리 상 비중이 없다.
액션은 캐주얼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았다.
레이피어로 찌르고, 베고, 패링으로 튕겨내고 반격, 부드러운 회피동작 등 전투는 나름 신경 쓴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환경을 활용하는 것 역시 나름 괜찮았는데, 물건을 차거나 물건에 적을 부딫히게 만들어 피해를 입히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다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기 전에 꿈꿨던 더 큰 범위의 매끄럽고 매우 다양한 상호작용이나 줄이나 샹들리에를 타고 이동하는 등 범위가 큰 액션이나 바로 적을 없애는 무쌍기 같은 건 없었다.
전투는 초반에는 1:1에서 점차 다 대 일 전투가 되고, 이내 불합리한 적의 공격과 자비없는 패턴에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전투 액션은 거의 반복적인데, 적은 많아지고... 같은 장소임에도 죽고나서 재시작할 때 로딩은 어쩜 그렇게 또 길어야하는지.
패링 가능한 공격과 방어 불가 공격은 거의 리듬 게임 같은 기분으로 플레이해야한다, 다행이라면 패링 범위나 타이밍 구간이 널널한 편이라는 정도. 그래도 순발력이 떨어지는 경우 게임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전투가 집단전이 이루어지는 순간 더러운 기분만 들었다. 기대한 건 경쾌한 액션 활극의 그 느낌을 받고 싶었는데, 방어를 깨야 잡을 수 있는 적들이 수두룩하고, 패링가능 공격과 불가능 공격 엇박은 내가 액션 게임을 하는지 리듬 게임을 하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적의 조합으로 인해 전투 난이도가 상승하는 것 자체야 이해하지만, 패턴이 순발력 반응속도 싸움이고, 일부 적 공격은 거리에 상관없이 자석처럼 따라와서 찔러대는 경우가 있어서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꽤 자주 나온다.
암살이나 잠입에 가까운 상황을 유저가 만들수 없고, 오직 모두 전투다. 주변 환경 오브젝트를 활용해 최대한 적을 기절시켜가며 줄여나가야 한다.
어떻게든 1:1 상황을 만들어 빠르게 한명씩 제거하는 방법을 얼마나 빨리 습득하고, 적 패턴을 기억하고 학습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갈리는데...
게임이 그럴 시간을 별로 주지 않는다. 게임은 약 5~6시간이면 누구나 쉽게 클리어할 수 있기 때문.
전투가 까탈스러울 수 있지만, (욕을 하면서도) 반복 도전하다보면 어떻게든 깰 수 있는 정도(보통 난이도 기준)를 유지한다. 게임이 너무 어렵다면 옵션에서 '쉬움'을 선택하거나 '무적' 옵션을 켜서 즐길 수 있는 등 편의성은 칭찬해야한다.
게임에는 총 4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솔직히 첫번째 에피소드의 엘 비질란테는 왜 나왔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게임 내내 하는 거라고는 되도않는 개그 뿐이고, 비중도 매우 적다. 라이벌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고...아니 개그캐야? 오빠도 마찬가지...
주인공 캐릭터도 마찬가지로 레즈비언 장난꾸러기 여자 주인공의 김빠진 로맨스 역시 스토리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로맨스를 넣으려면 차라리 갈등 상황을 확실히 넣던가, 오빠의 게이 의혹을 개그라고 넣는 등 그저 가벼운 소재로만 소비한다. 저쪽 동네가 그런건지 모르곘지만...
캐릭터도 스토리도 밍숭맹숭하다보니 그나마 붙잡을만한 건 전투 뿐이다.
오히려 다른 걸 건너뛰고, 전투의 숙련도를 올리는 게 플레이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표에 발차기를 꽂아 넣겠다는 생각과 패링 타이밍을 잡는 매의 눈과 냥냥 펀치 같은 빠른 손이 있어야 한다. 적이 3명 이상 넘어가면 답답하지만, 바구니나 칠면조(닭인가?)를 던져 일정 시간 움직이지 못하게 해 전투 가능 인원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
기대했던 시원한 액션은 없고, 리듬게임에 가까운 전투와 고정적인 환경들, 다채로움이 사라져 있어서 너무 아쉽지만... 이 게임에서 그럼에도 남는 건 액션이다.
게임을 클리어하고 나면 에피소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전투가 재미가 없고, 질린다.
아레나 모드는 이런 전투만 즐길 수 있는 모드로 전투에 익숙해질 수 있게 연습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이걸 또하라고? 싶은 모드.
레전드 오브 조로나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고 검술 활극 게임을 기대했다면 전투 그 자체를 바라보면 그나마 실망을 덜할 수 있는 인디 게임이다.
'스샷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n Garde! - 기대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게임 - (2) (2) | 2024.11.16 |
---|---|
돔 키퍼(Dome Keeper) - 재미있는 채굴 + 디펜스 로그라이크 게임 (0) | 2024.11.13 |
닌자 밍(Ninja ming) 데모 - 셀레스티, 슈퍼 미트 보이 같은 어려운 플랫폼 게임. (0) | 2024.11.12 |
버티컬 킹덤(Vertical Kingdom) - 기대와 다른 카드 덱+도시 건설 게임 (1) | 2024.1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