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 듀티(DOG DUTY)는 언젠가 해외 게임 사이트 이벤트로 키를 박았던 게임이다.
당시에는 무료라서 받기는 했는데, 대체 뭐하는 게임인가? 싶었다. 스크린샷만 봐서는 단순한 도트 액션 게임 같아서 '나중에 해야지~' 하고는 묵혀뒀던 타이틀이긴한데, 해외 사이트 유저들 반응이 좀 이상했기 때문.
그리고, 몇년이 지나 겨울도 됐고, 가볍게 플레이할 게임을 찾다가 재발견한 녀석이다... 그런데, 실행해보니 게임이 정말 정말 이상했다.
도그 듀티는 인디 개발사인 'Zanardi and Liza'에서 제작(SOEDESCO Studios는 배급이며, 공동 개발)한 작품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문어 사령관'을 제거하기 위해 투입된 용병 분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게임은 시작부터 당황스러운데, 게임을 시작해서 개발사 이름이 나온 뒤에도 한참이나 화면이 멈춰있었다.
처음에는 게임이 오류로 멈췄나 싶었지만, 오래 기다리니 투박한 도트 그래픽 영상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로딩 시간이 엄청 긴 것 같았다. 유니티로 제작된 3D 게임이라지만 그래픽에 비해 로딩이 긴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복셀이면 복셀을 때려박아서 그렇다고 하겠지만... 그건 또 아닌것 같고... 흠.
로딩이 길다는 건 지역 이동을 할 때도 느껴진다.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충분한 사양이라고 해도 로딩 시간이 정말 길어서 오락실 게임처럼 잠깐 잠깐 빠르게 해야지 했던 기분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총 플레이 시간이 약 5~6시간이었는데 로딩 시간을 뺀다면 3~4시간이면 엔딩을 볼 정도의 짧은 게임이지만 로딩이 길다는 건 어느 게임에서나 단점.
시작 화면을 지나 게임을 시작하면서 또 당황하게 되는데, 조작감이 예상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도그 듀티는 흔한 도트 액션 슈터 게임처럼 보이는 그림과 달리 캐릭터를 같이 또는 따로 움직이는 팀전술 게임이었던 것.
그래픽은 무슨 뉴클리어 쓰론이나 엔터 더 건전 같은 액션 게임 같은데, 정작 플레이 방식은 CnC나 스타처럼 유저가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이동시켜 배치하거나 필요한 물체와 상호작용 시켜야 한다.
최대 3명의 팀원을 조종하며, 공격은 캐릭터가 장착한 무기의 사거리 안에 적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전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위치 이동과 적을 찍어주는 것. 그리고, 스킬(소모품)사용 정도였다.
적 자체를 공격 목표를 눌러주면 알아서 목표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서 공격 하지만, AI가 매우 떨어져서 너 한대 나 한대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액션 게임 같은 그래픽에 속아서 '게임 패드'로도 플레이해봤지만,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인 걸 알고는 이내 포기했다. 패드로 계속 갈 위치를 찍어줘야 하는데, 키마에 비해 빠릿빠릿하지 못한 패드로는 빠른 대응이 힘들다.
그러면 키보드+마우스는 정말 편한가 하면 이쪽도 좋은 조작감을 보여주는 못했다.
일반 전투는 패드에 비해서 마우스와 숫자키를 활용하기에 RTS 같은 게임에 익숙하면 나름 편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멍청한 인공지능과 기능적 한계 때문에 시원한 느낌은 안 들지만 어쨌든 전투 자체는 할만했다.
대신 이 게임의 다른 축인 '운전 모드'에 들어가면 또다시 조작 방식이 문제를 일으킨다.
일반적인 탑뷰 차량 운전 게임처럼 키보드 방향키로는 운전이 매우 힘들어서 직접 플레이한다면 자동으로 욕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다. 직관적인 탑뷰 레이싱 게임에 익숙한 유저가 이 차량 조작을 접한다면 게임을 포기하고, 바로 지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일반 전투에서 키보드+마우스로 편리한 게임 방식을 익혔다면 운전 모드로 넘어가면 누구나 익숙한 키보드 방향키나 WASD로 차량을 조정하는 걸 떠올린다. 일반적인 게임이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이 게임의 제작진이 이걸 노렸는지 방향키로는 차량을 몰기 매우 힘들게 만들어놨다.
조작이 차량 기준이 아니라 화면을 기준으로 차량이 움직인다는 점이 정말 최악이다.
예를 들어 트럭이 'ㅁ===' 이렇게 차체 정면(앞)을 왼쪽에 놓고 가로로 서있다면 방향키를 위로 누르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인 게임들은 차량 전면을 기준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하지만 도그 듀티는 이게 아니라 방향키가 가리키는 북쪽으로 차가 선회한다.
그럼 다시 가로로 서있는 상태에서 방향키 오른쪽을 누르면 어떻게 될까? 후진한다. 차량의 기본적인 메커니즘, 움직임은 어느 정도 가져왔는데 빌어먹을 조작이 화면 기준이다.
그럼 키를 바꾸면 되지? 싶겠지만, 조작법을 바꿀 수도 없다.
그럼 게임을 포기해야하나? 싶었는데, 해결책은 있었다. 마우스를 사용하면 된다.
MMORPG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우스로 특정 위치를 누르고 있으면 캐릭터가 그 위치로 따라가는 방식. 이게 차량에 적용된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그 위치로 차량이 이동한다. 이것도 단순히 차량이 고양이가 레이져포인트 쫓아가듯이 따라가는게 아니라 포인터가 차량 뒤쪽을 대고 누르면 후진하고, 차량 앞쪽을 누르면 앞으로 가는 처음 조작해보면 정말 쌍욕이 다 나오는 조작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고 해도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보고, 괴랄해서 적응 시간을 상당히 갉아먹는다.
참고로 게임 내 상점에서는 캐릭터가 사용하는 무기 외에 차량에 장착 가능한 무기 역시 사고 판다.
다만, 이게 무인 터렛 같은 게 아니라서 차량에 달아도 캐릭터를 배치하지 않으면 사용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다. 처음 사용할 때는 전투 모드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발사가 안되는건가 했었는데... 그저 캐릭터 배치가 안되어서 였다.
더구나 차량 이동 중에 이런 포대로 혹은 차량 위에 서있는 캐릭터가 적을 공격하려면 거리가 아주 가까워야한다. 그 점이 많이 답답하다.
- 돈은 차량을 타고 다니는 도중에 적의 순찰대를 제거하면 얻을 수 있고, 적진에서 전투 중에 코인 형태로 떨어지기도 한다. 웃긴 건 이 게임은 전술적 장르라고 하면서도 정작 돈을 먹으려면 그냥 가까이 붙어서 적을 없애야한다. 적을 제거하면 드물게 체력이나 코인이 떨어지는데, 이게 필드에 남아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게 문제다. 전략적으로 거리를 벌려 피해 없이 적을 죽이는 플레이를 하면 코인은 거의 못먹는다고 봐야하니 말이다. 게임 자체가 이상하다... |
지금까지 플레이하면서 그나마 장점이라면 한글 자체 지원 정도지만, 그마저도 본격적인 스토리에서는 쓸모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 거기다 쓸데없이 늘어지는 대사 덕분에 이후 스토리 전개가 심히 걱정되는 수준이었는데... 엔딩까지도 별게 없었다.
게임 내 문어 부대원들이 나누는 잡담이 차라리 헛웃음이라도 나오기에 영양가가 느껴진다.(...0.001% 만큼?)
지도 역시 전투나 이동 중에 미니맵이 표시가 없으며, 항상 i키로 지도를 켜서 몇번씩 눌러서 확인해 봐야한다. 어쨌든 문어 사령관을 만나고나면 3개의 메카를 파괴해 지역을 모두 해방시켜야 문어 사령관 본진이 열린다는 걸 알게되고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간다.
어디로 가든 마음대로지만 아마도 필자처럼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오른쪽 섬을 해결하지 않을까 싶다.
자유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역별로 탈것과 지형 빼고는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
어쨌든 지역을 이동하면 지도 안에서 다시 지역별 맵을 확인할 수 있고, 이곳에서 '정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왜 이걸 하나로 통합을 못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불편한 기능을 보여준다.
하여튼 다양한 전초기지를 해방시키면서 나아가 지역 보스를 파괴라는 게 목표다.
이 부분은 살짝 파크라이를 연상시키는데, 전초기지나 마을(보급소나 수용소등) 해방시키면 적이 약해지는 등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기지 점령전은 위성 안테나가 있으면 계속 지원군이 보충되어 성가시기에 가장 먼저 안테나를 파괴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레벨 디자인이 개판이라서 안테나는 대부분 가장 안쪽에 있다. 역시 전략적이라던가 전술적인 움직임과는 거리가 먼 닥치고 돌파쪽을 강요하는 느낌이 강하다.
- 전초기지에 들어가면 적의 지원군이 계속나온다. 이게 싫다면 전초기지에 진입해 액션 모드에 들어가기 전에 차량을 가까이 비벼서 이동 모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적을 최대한 제거하면 조금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2번째 글에서 다시 말하겠지만... 전초 기지 입구에서 전투 모드로 안들어가면 지원군도 오지 않아서 최대한 가까이 있는 자잘한 적을 제거하는 게 좋다. |
전투는 신시간으로 이루어지고 난이도도 쉬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대놓고 맞서면 체력이 금방 닳아서 캐릭터가 녹을 수 있다. 캐릭터를 엄폐물을 활용해 배치하고 위치를 조정해주며 깰 수 있다.
3D로 제작된 게임이라서 높이/고저차가 있어서 모래주머니를 활용하면 확실히 피가 덜깎이면서 전투를 할 수 있긴하다. 이런 엄폐와 장비 활용, 스킬 활용을 하는 방식은 재미를 충분히 줄 수 있을테지만... 이미 다양한 RTS나 전술게임에서 보여주는 고정된 은엄폐 시스템이 없어서 조작의 세밀함이 떨어지고, 전투 시 자율 AI도 단순히 '사거리 안에 오면 총을 쏜다', '공격 받으면 따라가거나 포탑에 탄다'가 끝이라 금방 흥미도가 떨어진다.
전투 방식이 포인트 앤 클릭으로 특정 위치로 이동시켜 싸우는데, AI가 떨어지고 시스템도 반푼이라서 클릭 한번 잘못하면 큰일난다. 높은 곳에 자리잡고( I have the high ground! ) 전투하면 편하지만, 실수로라도 아래쪽 땅을 클릭하면 계단을 돌아가는게 아니라 신나서 점프 한번에 아래로 내려가 싸운다.
부랴부랴 다시 높은 곳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이번에는 높은 곳으로 이어진 계단이나 사다리를 찾아서 돌아서 온다. 낮은 단이라고 해도 무조건 계단이나 사다리가 없다면 올라오지도 못하기에 실수가 좀 치명적인 부분이다.
가뜩이나 조작법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보는 것과 다른 애매한 위치가 찍혀서 캐릭터가 마음대로 움직일 때는 정말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니 왜 내려갈때는 돌아가지도 않고 점프해서 내려가는데????'
이런 플레이어의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낭패감 외에 게임 자체의 버그도 문제가 많다.
끼임 버그는 일상다반사라서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차량/캐릭터 위치 재설정이 없어서 끼이면 재시작 뿐 답이없다. 그나마 차량이 뒤집어지면 자동으로 바로 서기는 하는데 어딘가에 끼이면 끝.
버그하니까 떠오르는데 사운드 효과도 크기가 다 제각각이다. 소리를 아무리 줄여도 특정 캐릭터와 대사는 귀를 울리며 스피커(헤드셋)가 찢어지는 느낌을 줄 정도라 플레이 중에 인상을 찌푸린 적이 많다.
아마 캐릭터 위치에 따라서 크기가 달라지게 프로그래밍한 것 같은데 그게 보는 것과 달라서 항상 조용조용하던 목소리가 어떨 때는 사자후를 내지른다. 정말 대단한 게임이다.
캐릭터다 사용하는 무기 중에 첫 플레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총은 저격총이었다. 도그 듀티에서는 3명의 분대원을 운용하게 되는데, 이때 1명은 필수로 들어야 할 무기다. 사거리가 길어서 어지간한 적들은 피해 없이 해결할 수 있고, 기관총좌 같은 포탑에 탄 적은 사거리 밖에서 쉽게 잡을 수 있다.
물론, 라이플이나 미니건이 지원하는 팀원의 안정적인 탄막은 게임 진행에 필수라서 모두 저격소총 들기는 힘든면이 있지만 게임 내내 매우 유용한 무기다.
게임은 크게 기지를 빼앗거나 순찰대와 싸우는 액션(전투) 파트와 지역 내 이동하기 위한 차량 운전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차량 파트에서는 충각도 가능하며, 캐릭터 배치를 잘하면 액션 파트에 들어가지 않고도 총을 사용해 적을 해치우기도 한다.
처음 선택했던 오른쪽 지역의 탈것인 호버 크래프트의 경우 후미에 있는 발판에 캐릭터를 올려놓으면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세이브 방식은 좀 독특한데, 전초기지를 해방시키고, 나갔다 다시 방문하면 자동으로 차량이 수리되고 진행상황이 저장되는 방식이다.
...필자가 선택한 루트의 보스는 문어 점퍼. 패턴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보스보다는 오히려 일반 적들과 맞붙었을 때 체력이 빠르게 닳아서 죽을 뻔 하는 것이 더 아팠을 정도로 쉬웠던 전투였다.
이제 남은 건 2개 지역인데... 벌써 이렇게 단점이 많이 발견할 정도면 개발자는 업데이트는 거의 안한다는 소리 아닌가?
나온지도 꽤 된 게임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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