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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 어제 제주 이마트 방문자 선별 검사 다녀온 길

by infantry0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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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이 늦게 뿌린 안전 안내 문자(22일)와 긴급함이 느껴지는 문자 메시지(23일)

현재 제주도에서는 지난 8월 17~20일 사이에 이마트에 다녀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20일 저녁 7시에 첫 확진자로 문을 닫았다는데, 관련 이야기는 21일에 조금씩 퍼졌다. 이마트가 문 닫았다는 소리보다는 '확진자가 나왔다더라', '무슨 요일 근무했다더라' 하는 수준이었다.

- 이마트는 관련 내용을 문자나 이마트앱을 통해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20~22일까지 문을 닫고는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구르는 혼란스러운 23일에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고 한다.

 이마트가 문을 닫기 하루 전에 이마트에 다녀온 입장에서 22일 일요일 오후 늦게 날아온 긴급 안내 문자는 꽤나 환장할 내용이었다. 거기다 심각한 내용임에도 검사 당부 문자 하나만 달랑 보내 놓고 끝이라니?

 바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대체 동선이 어디에 공개됐나 찾았지만 답답함을 풀어줄 내용은 없었고, 이마트하나 제대로 쓰지 못해서 확진자 번호 옆에 대형마트, X마트나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던 날이었다.
 개인은 몰라도 대형 매장이라면 예전처럼 세세한 동선이나 이름을 공개했다면 더 나았을텐데... 거의 암호화해서 결과만 조금 공개하는 지금 방식으로 바뀐 이후에는 심리적으로 덜 조심하게 되는 듯.


어쨌든 코로나 문제가 터졌으니 검사를 빨리 받는게 좋은 건 사실이었다.

다만, 태풍이 올라오는 중이라서 여건상 23일은 집에서 쉬고, 24일 받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23일이 됐다.


다음날

 ...기상청에 또 속았다. 태풍 영향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많은 비가 온다더니 태풍 '오마이스'는 제주도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중에 부산 쪽에 엄청난 비를 뿌려 피해를 입혔는데, 제주도에서는 태풍임에도 바람조차 없이 덥기만 할 뿐이었다. 저녁때가 되어서도 비도 바람도... 없었을 뿐.

 낮 12시부터 비바람이 분다고 보건소에 안 간건데 말이다. 점심 때라 이미 가기는 늦었고, 보건소와 일부 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보건소는 검사비 무료. 집에서 가까운 한라 병원은 검사비가 12만 원이지만, '이마트발' 검사인 경우 2만 원 정도로 낮아진다고 한다. 좀 멀지만 자주 다니는 한마음 병원이나 한국 병원 등 일부는 1만 원 아래라고 한다.

- 문자나 관련 기사에는 상담과 검사 기관으로 보건소만 기재되어 있어서 초기에는 대형 병원 등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던 한국 병원은 친구가 맘카페에 언급됐다는 이야기로 알게됐다. 지도 앱에 있는 선별 진료소를 먼저 찾아 알아봤다면 더 선택지는 많았을지도...
::  코로나 검체 채취 가능 진료소 검색 사이트 ::에서 제주로 검색하면 선별 검사소가 나온다. 노형 보건소같은 지소에서도 검사를 한다는 소리도 있었는데, 확인은 못해봤다.

:: 코로나19 제주 상황 사이트 ::가 있지만 원하는 정보를 알기도 힘들고, 정보 갱신도 느리다. 기사에서는 동선이 올라갔다고 했지만... 없었고...

- 보건소 코로나 검사는 아침 9시~정오 12시까지 / 낮 1시 30분~5시 30분 이라고 표시됐지만 23일 전화에서는 4시까지라고 들었다. 검사 받기 전에 자세한 내용은 전화로 문의하는 게 필수.

 뉴스를 보니 대책없이 주말에 검사받으세요! 폭탄을 던진 덕분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24일 자 제주 지역 신문에 따르면 23일 9,600여 건이 검사 됐고 이중 5,900여 건이 이마트 건이라고... 오늘 뉴스에는 23일 자 인원은 다행히 음성이라고 한다.)
 당시에 보건소 주변을 확인하려고 교통 CCTV를 활용했었는데, 정말 당일 안간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줄이 길었다.

 

어쨌든 태풍답지 않은 태풍이 밤새 바람이나 살짝 뿌리고는 그렇게 23일이 지나고, 24일이 됐다.

 그런데, 아침 일찍 일어나 관련해서 새로운 소식ㅡ선별 진료소를 늘렸다거나 분산시켰다거나... 같은 긍정적인...ㅡ이 없나 검색하니 엉뚱하게도 '제주 보건소'에서 확진자 발생으로 중간에 폐쇄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어제 저녁때까지 뉴스를 찾아봤는데 저런 내용은 본 적이 없어서 1차로 화가 나고, 후속 기사가 없어서 2차로 딥빡(...) 상태가 잠시 왔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하면서 CCTV를 검색해보니 다행히(?)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결국 그것만 믿고 집을 나왔다.

 보건소에 가기 위해 나왔을 때 집 근처 한라병원도 엄청난 줄이 이어진걸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해당 뉴스를 접해서 더 줄이 길어진 것으로 보였다.
 솔직히 24일 당일에는 뭔가 제주자치도에서 검사 인원에 대한 분산이나 검사 비용 걱정 없이 가까운 병원에서 검사받으라는 공지가 뜰 줄 알았지만 그런 건 전무했다. 25일인 오늘도 마찬가지.

관리 요원이 없음에도 질서 정연한 사람들. 심지어 조용했다.

 마스크를 고쳐 쓰고 버스에 올라 최대한 접촉을 줄여 보건소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줄이 반대쪽으로 길게 늘어져있었다. 물어볼 사람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다짜고짜 눈앞에 보이는 줄 끝까지 걸어가 꽁무니에 달라붙었다.

 보건소 정류장에서 내린게 9시 20분 정도였는데, 딱 보건소 정류장까지 줄이 줄어드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생각보다 대기자가 적어보였는데, 생각해보면 아마도 23일에 많은 사람이 검사를 했고, 길고 긴 줄과 보건소 폐쇄 소식 여파로 분산도가 더 높아져서였던 듯하다. 23일에는 인파를 관리했던 경찰도 일찍 철수했다.

 그럼에도 정류소에서 보건소 입구까지 들어가는데 한참이 걸렸다. 이 사이 언론들이 잠깐잠깐 카메라와 멘트 장면을 찍으면서 소스를 뽑아서 돌아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보건소 입구에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거리두기는 하나도 지켜지는 게 없었다. 개인적으로 한 팔 정도 앞사람하고 떨어지게 거리를 뒀지만, 보건소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급해서인지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보건소 안 도로에서는 곡선형이라 그런지 그나마 조금은 더 떨어졌다.

 그래도 거리 두기와는 정말 거리가 멀었던 줄서기였다.

 거리두기는 이 간이 천막에 들어가서야 흉내라도 내는 정도가 됐다. 대기선 표시지는 설치 한 지 오래됐는지 대부분 찢어지고 반토막이 나버렸지만...

접수증은 볼펜으로 적는다. 사용 후 손소독 필수. 아예 볼펜을 따로 가져갔다면 조금 더 안심.

거의 2시간 만에 드디어 선별 진료소 접수대 앞에 섰다.

 먼저 접수증을 작성ㅡ급한 마음 + 바람 때문에 흘겨썼는데, 원활한 검사를 위해 깔끔한 정자체로 쓰는 게 좋다ㅡ하고, 접수증 확인 후 검체 보관용기를 받아 검체 체취소에 줄을 서니 드디어 마지막 관문이다.

 ... 다시는 코로나 검사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이해하는 첫 경험이었다. 코와 입에 그 긴 검사용 봉이 들락날락하는데... 입 쪽은 버틸만했는데, 코는 확실히 눈물이 안 나올 수 없고, 이질감도 상당했다.

 결과는 1~2일 걸린다고 하지만, 제주 이마트발 코로나 검사는 대규모로 급하게 진행돼서 늦을 수도 있을 듯하다. 23일 자 검사 결과가 오늘 나온 걸 보면 빠르면 내일 공지가 될 듯.

이제 남은 건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주변에서 어제 검사 받은 사람도 바로 결과를 받았다고해서 찾아봤더니 카톡으로 결과를 통보해주고 있었다. 보통 다음날 아침 결과가 보내지는 것 같은데... 카톡을 주로 쓰는게 아니라서 확인을 못했다. ㅡ,.ㅡ

 일반적인 핸드폰 문자가 아니라 그냥 카톡으로 보낼 줄 예상도 못한 결과. 결과는 음성이라 다행인데 어째 일처리가 다 별로일까;;

* 방호복을 입고 후덥지근한 더위에 그 많은 사람에게 검체를 얻어야 하는 선별 진료소 분들이 정말 고생하는 것 같다.
 거의 2시간 30분 동안 기다리며 다리도 아팠으나 마지막 선별 진료소 앞에서는 뭔가 경건해지는 느낌. 이 더위에 부족한 간호인력으로 그 많은 사람들을 처리하는 중이니...

 다만, 보건소까지 들어가는 길이나 나가는 길 모두 거리두기와 주변 샛길 정리가 안 되는 모습이다. 검사 후에는 마구잡이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 검사소 외에는 너무 주먹구구식인 듯했다.
 보건소 홈페이지 하고, 제주 코로나 상황실 홈페이지도 좀 보기 편하게 바꿨으면 싶은데, 이번만 넘어가면 어차피 쓸모없다고 안 바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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