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픽셀이라는 게임을 처음 봤던 곳은 한 종합 게임 스트리머 방송에서였다.
짤막한 게임을 반복하면서도 계속 다른 상황을 만들고 개그를 즐기는 당시에는 '메이드 인 와리오' 같은 아기자기한 미니게임 모음 같아 보였던 게임.
어차피 내가 하는 게임이 아니라 스트리머가 플레이하는 '보는' 게임으로서 재미는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하며 엔딩을 완료한 지금보면 상당히 고역인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을 뿐.
먼저 이 게임은 완벽에 가까운 한글화를 지원한다. 일부 번역체인지 말장난인지 헷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글 번역은 센스 있게 잘 이루어졌다.
게임 내에서 언어적 제약은 적은 게임이지만, 중요한 요소의 대사처리, 요소요소 박힌 개그 단어 등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잘 잡았다.
덕분에 게임을 즐기는데 장애물은 전혀 없으며, 상황과 개그 요소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맥픽셀은 폴란드 인디 게임 개발자인 Sos Sosowski(본명 미콜라이 카민스키(Mikołaj Kamiński))가 제작한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다.
1편은 게임 빨리 만들기 대회용이었다고 하며, 2012년에 출시됐다. 1편은 한글화가 안되어 있다고 하는데, 특이하게도 2편을 건너뛰고 나온 3편(2022년)은 한글화가 되어서 나왔다.
이 작품의 게임 목표는 '살아남기' 또는 '폭탄 제거하기'다. 그것만 완료하면 해당 장면은 '살아남음'으로 완료.
하지만, 실제로는 각 스테이지에 숨겨진 다양한 개그들과 골때리는 엽기적인 행동들, 경악할 화장실 슬랩스틱 같은 장면을 발견하고 감상하는 게 주된 플레이 요소다.
게임의 조작은 모바일은 터치, PC는 마우스 또는 패드로 플레이할 수 있다.
간단한 포인트앤클릭 방식의 게임이라 특정 물체나 지점을 클릭/터치하면 관련 내용이 진행된다. 조작면에서는 매우 단순하고, 터치 화면을 꾸욱 누르고 있거나 마우스, 패드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행동할 수 있는 선택지 표시도 떠서 조작법만 조금 익히면 게임을 즐기는데 문제가 없다.
다만, 게임 패드로 플레이 시에 일부 스테이지에서 선택지가 제대로 골라지지 않는 문제가 있으므로 PC에서는 자유로운 마우스 플레이를 권장한다.
게임 설정은 아날로그 기기 같은 독특한 도트 그래픽으로 그려져 있다. 픽셀 크기를 조절하거나 프레임, 시네마 효과(레터박스)나 사운드 볼륨 등을 조절하면서 레트로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구성이다.
게임 자체의 올드(?)한 느낌과 더불어 감성적으로 다가오지만, 처음 볼 때는 기능을 한눈에 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게임에서 지원하는 정말 엄청난 숫자의 미니게임은 시작부터 매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픽셀의 투박함과 자글자글한 그래픽은 친숙하게 다가오고, 주인공의 멍청한 행동들은 그 자체로 웃음을 선사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행동과 사건들은 창의적인 느낌도 들고, 의외의 상황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트 애니메이션은 역동적이고, 여러가지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한번 꼬아서 선보여 신선하게 느껴진다. 인터넷 유머나 남녀노소, 국경을 초월하는 개그 요소들을 보는 것도 괜찮다.
엽기적인 행각들은 일부분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며,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미니 게임과 계속 변하는 게임 스타일이 볼만하다.
하지만, 이게 중반 이상 넘어가면 흥미로움이나 재미있는 기분은 점차 밀려나고, 짜증과 지루함이 덧칠해지기 시작한다.
보통 한 구역에 최소 5개 이상의 상황(또는 장면)을 풀어나가야 하는데, 각 상황에서 5~10개 정도의 연계되는 선택지를 찾게 된다.
빠르게 탈출하거나 폭탄을 제거했다면 조금 부담이 줄어들지만, 못 본 장면을 찾기 위해서 같은 사건을 눌러서 반복해야 하는 일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올바른 선택지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나 교묘하게 숨겨진 풀이를 깨닫기 전까지 반복하는 경우 고통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한번 본 장면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빠른 스킵이 가능 하지만, 기초적인 조합으로 무의미한 개그신을 억지로 보게 만드는 구간이나 못 본 선택지가 특정 행동을 한 다음에 진행되도록 만든 구간은 짜증을 넘어 지루함을 느끼게 만든다.
보통 장면의 흐름이나 구도를 통해 눈에 보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게 힌트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곳도 많이 있다.
이런 곳 중에 진짜 악질적인 스테이지도 몇몇 있는데, 정말 불필요하게 플레이 시간을 늘리게 만드는 주범이다.
가령 무료 DLC로 추가되는 할머니 구하기에서 그냥 다짜고짜 '운전하라'라고만 적어놓고 내버려두는 경우가 그렇다.
'주어진 시간 동안 경찰차에 잡히지 않고'라는 힌트가 빠진 상태에서 '운전하라'고 뜨니 당연히 경찰차를 피해 탈출구를 찾아라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타이머가 오히려 주가 되는 것이라는 걸 알아낼 때까지 있을 리 없는 탈출구를 찾게 만든다.
아예 아무 설명이 없이, 본격적인 시간제한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
본편 중에 감옥에서 나와 용이 길을 막는 스테이지가 있다. 단서 하나 없어서 하나하나 해보면서 온갖 쌩G랄을 하다 결국 못 찾아서 공략을 보게 만든 곳. 공략을 보고 나면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급의 빈틈을 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욕이 나오게 만든다.
후반부에는 '무한히 가야 하는' XX 바로 다음에 무한히 가야하는 '것처럼'보이는 구간을 집어넣는 악랄함도 보여준다.
그게 이 게임의 재미이고, 맛이기는 하지만... 점점 짜증 스택이 쌓이는 후반부에 이런 요소가 많이 들어가서 게임을 다시 붙잡기 힘들게 만든다.
주인장의 플레이 시간은 중간에 딴짓한 시간을 합쳐서 9.2시간이 걸렸다. 단순히 폭탄 해체에 성공하고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더 짧은 시간에 엔딩을 볼 수 있었을 듯.
모든 개그를 다 보고 완성한 플레이 시간 정도로 이해하자. 참고로 100% 완벽 클리어 유저는 전체 유저의 8%에 불과하다.
게임 자체는 잘 만들었고, 앞서 말한 힌트 없는 일부 스테이지를 빼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문제는 과도하게 가볍게 만들어서 그런지 반복적인 분량을 후반부에 억지로 늘린 게 많아서 반복 구간의 짜증과 지루함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물론, 가볍고 반복적인 병맛 게임을 찾는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다.
자신이 머리가 굳은 것 같다고 느낀다면 꼭 플레이해 보는 게 좋으며, 짜증과 지루함 한 스푼을 피하고 싶다면 한 구역씩 플레이 구간을 나눠서 즐기면 조금 더 나은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단지 주인장처럼 모든 개그를 찾는 걸 노린다고 꾸역꾸역 다 찾아가며 플레이하면 오히려 고통받을 수 있을 뿐.
* 마을을 돌아다니기 힘들다면 일단 가서 코인으로 해금만 시켜놓자. 그럼 표지판에서 이야기모드로 빠르게 즐길 수 있다.
마을에서 유일한 빠른 이동 기능을 가진 '버스'는 극 후반에 등장한다. 끙.
** GIF 녹화하기는 처음 들었다고... 아니 게임을 다 끝냈다고 튜토리얼...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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