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크라이는 널리 알려진 둠3나 하프라이프2에 비하면 인지도에서 밀려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랬고 주변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파 크라이의 영상물이나 데모를 접했을 때도 그래픽좋은 평범한 FPS쯤으로 취급하고 있었지만 실제 플레이를 마치고 그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 정성스런 옵션
가뜩이나 부족한 하드위에 5장의 시디를 설치하고 처음 들어간 곳은 역시나 옵션 설정이다. FPS에서의 1 프레임은 생과 사를 결정 짓기 때문에 옵션 설정은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인정하는 것이니 별다른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일단 옵션 설정을 보면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옵션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게임들에서는 콘솔이나 CFG 파일을 만져줘야 할 설정들이 모두 메뉴화해 고사양의 유저부터 저사양의 유저까지 모두가 안정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래픽과 사운드 모두 다양한 옵션이 있으며 옵션 설정에 부담을 느끼는 일반 플레이어를 위해 간략한 설정 메뉴도 함께 갖추고 있다.
- 그래픽과 사운드
다양한 그래픽 옵션만큼 실제 게임내에서의 그래픽적인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 특히 게임의 주 배경이 되는 섬과 정글. 바다의 표현은 압권으로 정말 아름다운 섬에 휴양온 듯한 인상마저 준다. 빽빽한 열대 우림, 가끔 볼 수 있는 멧돼지, 수풀 사이로 움직이는 용병들, 멀리 보이는 섬, 맑은 바다, 태평양 전쟁때 쓰였던 구조물들. 이 모든 것들이 별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둠3나 하프라이프2에 떨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섬과 정글. 건물 내/외를 표현하는 기술 만큼은 최고라 할 수 있다.
사운드는 기본적으로 음장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거기에 도플러 효과를 적용시켰으며 단지 효과로 뿐만 아니라 게임속에서 적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음악은 스타크래프처럼 전투시에 긴장감 있는 음악으로 바뀌었다가 전투가 없거나 소강상태에서는 다시 원래의 음악으로 변경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특색있지 않은데다가 음악 자체의 긴장감도 조금은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 게임의 재미1. 루트
사실 그래픽과 사운드는 파 크라이만의 특징이라고 보기에 어렵다. 이미 둠3와 하프2로 대변되는 FPS게임들은 그래픽이나 사운드에 있어 하나의 능선을 넘어 다른 능선을 향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을 제공하고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파 크라이만의 특징이라면 역시 자유스럽다고 할 만큼 방대한 맵과 연관되어있다.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는 길이 상당히 다양하다. 하나의 목적지를 향할 때 일반적으로 2개 이상의 접근 방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언덕에서 내려올때도 만들어진 길로 내려오거나 거치된 행글라이더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경사가 급하지않은 곳을 이용해 내려올수 있다. 언덕이나 절벽 아래 물이 있다면 길뿐 아니라 물로 바로 뛰어내려 정해진 목표로 이동하는것도 가능하다.
- 게임의 재미2. 적. 용병. 특공대. 그 이상의것.
그동안 쏟아져 나온 FPS게임들에서 적의 대응이 특별히 나쁜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파 크라이에서는 예전의 게임들과는 다른 탁트인 정글에서의 숨막히는 전투를 그린 만큼 이전의 다른 게임들보다 향상된 적들의 대응력이 눈에 확띌수 밖에 없다.
파 크라이는 게임 특성상 람보식 액션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잠입액션 만큼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적의 이목을 끌지않는 것이 중요하다. 발각 된다면 용병들은 서로 동료를 부르거나 소리난 지점으로 몇 명이 함께 움직이고 풀이나 나무 바위를 이용해 자신을 숨기며 조용히 다가온다. 상당히 조직적이라 한명이 '적이 저기있다.'또는 '거기 누구야?' 라고 말하면 주변(일정지역)에 있던 용병들이 함께 팀을 이뤄 이동한다. 그 중 한명을 신경쓰다 보면 다른 용병들이 어느사이엔가 뒤로 돌아들어와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용병들은 경계를 쉽게 풀지 않으며 그것은 이 후에 나오는 특공대에게도 역시 해당되는 부분이다. 이들의 행동은 인위적으로도 또한 너무 사기적인 로봇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게임중 용병들끼리의 잡담을 들을 수 있는데 이런 대화들은 좀 더 용병을 인간적으로 느끼는 즉, 게임을 즐기면서 정말 용병들이 살아있는듯한 느낌을 주는것이다.
개인적으로 원거리에서 용병들의 행동을 관찰해보기도 했는데 정말 다른 게임들에 비해 뛰어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당신은 실제 정글에 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 양날의 검. 세이브 방식.
퀵세이브와 퀵로드와는 달리 파 크라이는 정해진 지점(혹은 그 근처)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세이브 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적절한 긴장감과 목적의식의 하나를 제시해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난이도 상승과 게임을 스토리가 아닌 세이브하기 위해 진행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말든다.
이 부분은 실제 플레이하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파 크라이 자체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 있는 관계로 FPS에 문외한이거나 초보 플레이어의 경우에는 게임 진행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겠다.
- 스토리.
FPS에서 부족한 부분인 스토리. 이야기 전개 부분은 하프라이프를 정점으로 점차 나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파 크라이 역시 꽤 멋진 시나리오로 게이머에게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구성 자체는 한편의 잘 만들어진 B급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말이다. 주인공 잭 카버로서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몇몇 장면은 정말 멋지다 거나 혹은 어디선가 본 장면이라는 느낌마저 받게된다. 특히 중반부 이 후 실험체들과의 전투에서는 '쥬라기 공원'이나 ' 닥터 모로의 DNA'같은 영화에서 상당한 영감을 얻었다는 생각을 하게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토리는 B급영화 정도의 어중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당히 아쉽지만 멋진 발길질을 해주는(게임을 해보면 알 수 있다.) 발레리라는 케릭터를 만나게 된 것 만으로 약간의 위안을 삼을 수 있을 정도다. 마지막에는 '반전'도 담고 있으니 동영상 스킵은 하지말자. '불가사리'같은 잘만들어진 B급 영화도 있으니까.
- 단점들.
파 크라이는 단점보다 장점을 더 많이 얘기할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불완전한 생물인 인간이 만든 게임인 만큼 완벽 할 수는 없는 법.
첫번째로는 역시 '고사양'이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멋진 그래픽을 구경 하려면 그만큼의 준비가 있어야한다. 개인적으로 저사양으로 인해 상당히 불편한 그래픽을 감수하기도 했다.
두번째로는 버그가 있다는 점이다. 1.31버젼으로 플레이시에 몇 번 버그현상이 나타나는 일이 있었다. 치명적인 버그는 아니었고 가끔 인공지능이 먹통이 된다던가 오브젝트가 사라지는 현상으로 다시 로딩을 해주면 대부분 해결되는 버그다. (1.32에서는 개선되었을가능성도 있다.)
세번째로는 불안한 타격감이다. 용병들이 아무리 방탄복을 입고 있고 적이 괴물이라고 해도. 라이플로 쏠 때의 박력이나 타격모션이 조금은 부족하다. 사운드가 아무리 좋아도 확실히 눈으로 보이는 타격감과는 차이가 있는 것인데 라이플류의 타격감은 권총이나 샷건에 비하면 빈약한 수준으로 보인다.
반대로 샷건의 타격감은 굉장하다. 사운드의 효과와 더불어 적을 날려버리는 박력감은 게임에서 거의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 마치며
파 크라이의 자체 로딩은 미션 하나당 한번의 불러오기 이후에는 다음 미션까지 잔 로딩이 거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뿐이다.
빽빽히 들어찬 나무들과 그 사이를 활보하는 용병들. 게이머를 찾기위해 다니는 헬리콥터와 무장한 보트. 어느 순간 게이머의 뒤를 노리는 특공대. 그리고 비밀에 쌓인 괴물들...
기존에 있던 게임들과는 사뭇 틀린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스토리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가지기는 하지만 게임성 자체만으로 그런 부분은 상쇄되고도 남는다.
파 크라이는 고사양이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사양을 가진 분이라면 꼭 해볼 것을 권장한다. 무더운 여름을 용병들과 전투를 치루고 괴물들과의 사투를 벌이며 벗어나시길... 미지의 섬에서 아름다운 낙원으로 부터의 탈출을 통해서 :)
> 2K5. 7. 19. gamezone21.com에 올렸던 리뷰를 이글루스에서 재작성했던 것을 이글루스 종료로 여기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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