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프렌드 페드로(My Friend Pedro). 최근 플레이한 게임 중 가장 재미있고 깔끔하게 엔딩을 본 게임이다. 엔딩 이후에 좀 허탈한 건 비밀.
데드토스트(deadtoast)사에서 제작하고, 디볼버 디지털(Devolver Digital)에서 퍼블리싱한 유쾌하고 강렬한 액션의 횡스크롤 슈팅 액션을 표방하지만...
주인공이 눈을 떠보니 왠 미치광이 살인 집단에 잡혀있고, 눈 앞에는 이상한 바나나가 나타나 자신을 친구라고 하는 어디서 약이라도 한사발 마시고 온 것 같은 도입부가 분위기를 바꾼다.
이런 병맛 도입부로 시작해서 그런지 이후 진행되는 혈흔이 난무하고,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과격한 액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너무 병맛이라 반감 가질 이유가 사라지는 마법이랄까?
- 게임 내 배경 음악도 이런 분위기에 걸맞아서 신나면서도 자다 일어난 듯 멍한 상태처럼 묘한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음악들이 좋으니 따로 유튜브 등에 올려져 있다. - 한국어 자막 공식 지원.
횡스크롤 슈팅이지만 일반 슈팅이 아니라 매트릭스 영화 이후로 구축된 '불렛 타임'을 사용하는 스타일리쉬 액션을 통한 전투 시스템이 주력이다. 먼 옛날(...) '하프라이프1'에 있던 스페셜리스트 모드(MOD)라던가 맥스 페인(Max Payne) 같은 멋들어진 슬로우 모션 액션을 좋아했다면 정말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FPS가 아니라 횡스크롤이라는 것만 다를 뿐.
- 조작법은 간단하다. 키보드를 사용해 이동하고, 점프, 구르기 등 행동을 마우스로 조준과 사격을 하는 방식.
횡스크롤 시점이지만 3D 그래픽으로 제작되어 연출상 필요한 장면에서는 카메라 회전이나 시점 변환을 한다. 2D 같은 고정형이 아니라서 3D 멀미 있는 사람은 약간 고생할 수도...
스테이지마다 스케이트 보드나 바닥에 떨어진 칼, 줄타기 같이 지역마다 특색있는 액션과 스테이미 별로 색감과 분위기를 주는 그래픽 컨셉은 잘 짜여져있다.
하지만, 제한적인 그래픽에 비해 사양이 좀 높은 편이고, 액션 게임에서 중요한 캐릭터 모션이나 점프 연출이 어딘가 어설프고 딱딱한 점은 아쉽다.
페드로. 넌 진짜 못된 놈이야...
그래도 점프 모션과 슬로우 모션 중 조준 감도 같은 부분을 빼면 조작감이나 플레이 감각은 나쁘지 않고, 게임도 재미있다.
병맛 컨셉에 걸맞는 페드로의 튜토리얼도 자연스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해준다.
- 점프 모션은 정말 성의 없게 느껴진다. 슬로우 모션 중 조준은 바로 조준이 되는게 아니라 느려지는 시간만큼 팔이 돌아가는 시간도 느려져서 필요할 때 원하는 조준이 어렵다.
게임을 직접 해보면 알 수 있지만 스토리가 단순한 편이다. 마지막에 가서 갑자기 무거운 거 하나를 떨구지만 그 외에는 대충 가늠 가능한 수준.
그 때문에 스토리보다는 '적을 어떻게 해치우는가?', '얼마나 빨리 깨는가?', ' 얼마나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는가?' 하는 레벨 도전이 은근히 더 신경쓰이게 된다.
바나나 놈의 평가가 가혹하다.
특히 스테이지마다 마지막에 평가 시스템이 들어있어서 도전욕을 자극한다. 페드로놈의 비웃는 듯한 걸 보고 있으면 더 그렇다.
조금씩 조금씩 진행하는 돌다리 방식보다는 빠르게 모든 적을 다양한 전투 기술을 사용하면서 깨야 높은 등급을 얻을 수 있다.
숨겨진 요소 파밍이나 전략적으로 퍼즐을 푼다는 생각보다 생각없이 타임어택하는 게 더 좋은 평가를 얻을 듯. 물리 효과를 사용한 콤보도 높은 점수를 준다.
이런 등급 시스템은 포기하고 그냥 자기 마음대로 플레이하면 되지만... 플레이 중반쯤 가면 횡스크롤 액션보다는 점수를 높이기 위한 익스트림 스포츠 게임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된다.
- 게임 중 죽으면 스테이지 내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는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체크 포인트가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 플레이 자체는 쉽고 편하다.
참고로 스테이지 완료 화면에서는 해당 스테이지에서 보여준 멋진(?) 모습이 영상으로 나오는데, 마이 프렌드 페드로에서는 이 영상을 GIF로 바로 다운받을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션은 오토바이 탈출/추격 스테이지로 속도감, 차량 총격전, 시원한 폭발 효과까지 느낄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
뛰어다니는 일반 스테이지는 발로 쳐서 죽일까? 총으로 쏴서? 오브젝트를 사용해서?...등등 생각이 많아지지만, 이 스테이지는 오직 총으로 말하는 곳이라 더 재미있게 했다. (점수도 잘나왔고!)
이 작품에서는 일반적인 조준 사격 이외에 도탄 사격 시스템의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도탄 사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후라이팬 도탄... 스타일리쉬 액션 영화에서도 드물게 등장하는 로망을 잘 표현했다.
그 밖에 양손에 총기를 들고 두 팔을 벌려 2명의 적을 조준하고 쓰러트리거나, 샷건을 사용해 적을 쓸어버리는 멋진 장면도 연출 할 수 있어서 플레이하는 내내 스타일리쉬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이 폼나는 전투를 벌일 수도 있다.
- 어딘가 나사하나 빠진 분위기라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게임이 꽤 잔인하다. 단순히 피가 나는 것 뿐 아니라 폭발하면 말그대로 고기 덩어리가 되며, 오브젝트로 인식되어 발차기로 축구공처럼 차버릴 수도 있다.(...)
적이 겹쳐있으면 앞에 있는 시체가 총알을 다 흡수한다.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데... 시원한 액션 게임으로 플레이하다 경험하면 짜증이 밀려온다.
저격총 점프 샷 같은 상상했던 장면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진짜 매력적.
높은 점수를 위해서는 빠른 플레이가 강요되는 게임임에도 비밀 아이템도 다양하게 숨겨져 있다. 이런 비밀 요소는 게임 클리어 후에 다양한 '게임 개조' 옵션을 해제시키는 방식으로 대두나 무한 탄창 같은 플레이 요소를 게임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해준다.
...모르면 죽어야지...
'보통' 난이도로 플레이하면 큰 무리 없이 액션과 이야기를 즐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일부 구간은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가거나 조금 짜증나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 구간도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짜증 났던 곳은 게임 극후반에 있는 낙하 미션(...)이 있다. 컨트롤 타이밍을 모르면 물리적으로 키보드에 샷건을 칠만큼 짜증나는 장소.
사실 이 구간 전체가 약간 컨트롤 플레이를 필요로 한다. 체크 포인트가 안좋았으면 더 화가 났을 듯.
게이머라면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하수도 스테이지. 하드코어 게이머의 말로(...)를 볼 수 있다.
후반부에는 퍼즐로 쌓인 스트레스를 물량을 싹 쓸어버리며 해소하는 곳도 있지만, 일부 구간은 다시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게 디자인 되어 있다.
주인장의 느린 플레이 타임으로 4시간
다소 충격적인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그보다 지금까지 내 노력은 뭐가되는건가 싶은 약간 찝찝한 결말. 플레이 자체는 재미있게 했고, 엔딩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깔끔하게 플레이한 게임이지만 스토리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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